금요시론-고봉주 편집위원

1.탱크라도 구속하라.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한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주한미군 사병 두 명에 대해 미 군사법정에서 무죄평결이 내려졌다.

미군 판사?미군 검사?미군 변호사에 이어 배심원들까지도 미군으로만 구성을 했던 그들에게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것은 악마에게 평화를 갈구하는 바나 다름없는 허망한 일이었지만, 일말의 양심마져도 내팽개친 무죄 평결에 이어 이제는 아예 그들을 국외로 빼돌리려 하고 있어 또 다시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의 한가한 시골길을 걷던 심미선, 신효순이라는 두 여중생이 운행중이던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되면서부터였다.

50여톤에 달하는 괴물 쇳덩어리가 두 여중생을 덮치면서 가녀린 그들의 주검위로 처참하도록 선명하게 찍힌 바퀴자국이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을 섬?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전국의 시민단체들은 불평등한 소파협정의 개정을 요구하며 미군 살인범에 대한 국내 법정으로의 재판권 이양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소파협정을 들먹이는 미군의 오만한 자세와, 주권국가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소극적이었던 대한민국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재판권은 포기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어 열린 그들만의 법정에서 그들은 살인을 하고도 무죄를 선고받는 희대의 엽기적인 재판이 연출된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들먹이는 미군의 오만한 행동에 대해 국민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분노는 단순히 두 여중생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그 동안 미군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의해 수없이 죽어간 한국인들의 비통한 절규가 함께 폭발한 민족적 공분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미군의 오만한 무죄 선언보다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이러한 민족적 감정을 무시하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폭력으로 진압을 자행했던 한국경찰의 태도이다.

말문이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기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카메라가 파손되었으며, 기만적인 재판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터지고 찢겨 피를 흘리는 광경을 보면서 그 누가 민중의 지팡이임을 자임하는 한국 경찰의 모습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폭력진압을 해야만 했는지 경찰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오히려 부당한 재판결과에 대해 분노하는 자국민들의 의분을 공감하고 보호해야 할 입장에 서 있는 한국경찰이 사대주의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비민주적인 진압행태를 보였다는 것은 미군의 재판결과 만큼이나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다.

준 전시 상황이라는 분단국의 현실에서 전쟁 억지력이라는 명분으로 주둔하고 있는 미국과의 사이에 상존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제시대, 같은 민족을 붙잡아 고문을 하고 처형을 하던 친일 고등계 형사들이 자꾸만 우리의 경찰과 교차되는 것은 당시의 긴박한 사태를 감안하지 못했던 너무나 비약된 집착일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희대의 살해 사건, 결국 두 여중생을 죽인 가해자는 장갑차일 수밖에 없어 “탱크라도 구속하라”며 자학을 하던 한 시민의 절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