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갈림길에 서있는 쌀의 운명은 곧 농민의 운명이다.

수확의 기쁨을 누릴 새 없이 농민들은 떨어진 쌀값인상을 위한 농사에 또 다시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연일 나락 가실로 어깨, 허리 온몸의 뼈마디가 쑤셔대지만 쉴 여유 없이 전국 농민들의 쌀값보장투쟁은 가을 억세밭에 질러 놓은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농협중앙회건물점거 고공농성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의 수매거부, 나락적재, 관공서점거, 농협과 농민회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여 함께 발을 맞추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까지 청와대에 쌀값보장건의문을 띄우기까지 하는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김대중정부의 쌀포기정책이 쌀값을 엉망으로 만든 진짜 주범인 것이다.

정부가 쌀값하락을 부추기는 의도는 값싼 중국 쌀의 국제시세에 맞춰 교역하겠다는 것인데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도시화, 공업화로 치닫고 있는 중국이 과연 언제까지 우리의 안정적인 값싼 식량창고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동북아정세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에 식량을 의존한다는 것은 볏짚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어리석은 발상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의 쌀값을 안정시켜야 하며 2004년재협상에서 쌀만은 관세화해서는 안되며 현재대로 최소시장접근의 방식을 유지해야 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정책의 시가수매를 반대하며 쌀 생산비를 보장하라.

정부는 추가매입분 400만 섬에 대해서는 시가수매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 한푼 하지 않고 수매가 보다 훨씬 싼, 산지 쌀 가격으로 추가수매를 한다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쌀 가격은 더 낮아 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쌀값 폭락을 주도하게 되는 꼴이 된다.

산지 나락 값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현재 민간상인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재기를 하고 있음이 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다.

5톤트럭1대(100섬상차시)에 150만원∼25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중소비자가격이 올해산지쌀값의 하락 폭만큼 떨어지지 않고 작년과 비교하여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영광농협과 영광군농민회는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여 정부에 항의표시로 지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미곡종합처리장에서의 산물벼 수매를 저지하였다. 또한, 농가들이 상인들에게 무더기로 헐값 판매하는 것을 자제하고 함께 투쟁할 것을 제안하고있다.

금년 쌀값보장을 위한 영광군농민회의 입장과 요구 지난 16일 정부와 민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당면한 쌀값 폭락과 관련하여 총 1조85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대책(기존 3% 이자로 책정된 정부 지원금 5850억원을 무이자로 돌리고 5천억원을 추가로 무이자 지원)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으로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경영여건이 개선되고 이자 차액금으로 벼 40㎏당 1000원∼1500원 가까운 RPC의 벼 매입가격 인상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도 실질적으로 당면한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과제인 대북 지원 문제, 농협중앙회가 매입키로 한 400만석에 대한 수매방안, 지자체의 지원 방안 등이 여전히 빠져있음으로 해서 또다시 농민을 기만하는 정부 여당의 작태에 농민의 분노는 들끓고 있

는 것이다.

현재 단기적으로 재고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소 300만석 이상을 조기에 대북 지원하는 것은 국내 쌀값 안정을 위한 핵심적 과제다. 하지만 최근 당정은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 문제를 대북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있고, 야당은 식량지원 유보를 주장하는 등

대북 지원을 무산시키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농협중앙회로 하여금 추가로 매입하기로 한 400만석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시가매입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으며 농협이 농민들과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역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400만석 매입을 부담할 수 없다는 의견마저 내비치고 있어 우리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수취가격 감소에 대해 지자체가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예산지원 등 강력히 지도하지 않고 있다.



영광군농민회는 쌀값 폭락으로 인한 전국 450만 농민의 분노와 투쟁을 함께 하며 미온적이고 미봉적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정부와 농협중앙회, 지자체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다음과 같이 재천명 하는 바이다.



<정부당국에 요구한다>

- 최소 300만석 이상의 쌀을 조기에 대북 지원하라.

- 추가매입분 400만석에 대해 농협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라.

- 지자체가 농가에 차액보조, 농협 손실에 대해 보전하도록 강력히 지도해 나서라.

- 작년 수확기 산지쌀값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라.

- 계절진폭 8%가 달성될 때까지 정부 보유곡 공매를 중단하고 400만석 추가매입분을 시장에서 격리하라.

- 논 농업 직불제 단가를 최소 5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밭직불제를 즉각 도입하라.



<농협중앙회에 요구한다>

- 농협중앙회의 벼 400만석 매입 물량은 올 추곡수매가 2등품 기준으로 조기 수매하고 이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라.

- 회원조합이 최소한 올 정부 추곡수매가 5만7760원(벼 40㎏) 이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

회원조합에 대한 벼 매입자금 금리 무이자 지원, 지원액 확대' 등 각종 지원대책을 마련하

라.

- 농협중앙회는 쌀 문제 해결을 위한 농정활동을 강력히 추진하라.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한다>

- 농가수취가격 손실에 대해 특별예산을 편성하여 농가에 직접 지불하라.

- 농협 손실보전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



이하영(영광군농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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