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자
염산초 야월분교 교사

며칠 전 우리 반 박장수의 아빠가 소금 두 포대를 다른 사람의 차편에 보내왔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말도 함께 전해 받았습니다. 박장수 아버지는 남의 염전을 세 내어 소금을 만드는 가난한 염부입니다.

이곳 염전 마을에서 소금 한 포에 8천원씩이라니까 16,000원의 뇌물을 받은 셈입니다.



집이 충남인 내가 전남의 서해안 바닷가 마을에 와서 근무하고 있으니 많은 소금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박장수는 영광군에 있는 염전마을의 2학년 아이입니다.

처음 내가 교실에 들어가자 녀석은 뭐든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분명하게 제 의사를 밝힐 줄도 모르더군요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습니다.

책도 읽을 줄 몰랐고, 1학년 수준의 기본적인 덧셈 뺄셈도 못했습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녀석을 참 많이 울렸습니다.



매일 아침 7시 40분에 학교에 오는 녀석을(버스편 때문에) 오자마자 윽박지르기도 했고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협박도 하고, 업어주기도 했지요. 뽀뽀도 해주고, 온몸을 간지럽게 해 실컷 웃기

기도 했지요.



이제 책을 읽을 줄 압니다.

2학년 과정의 덧셈과 뺄셈은 물론 구구단도 외웁니다.

정말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말도 자신 있게 못하던 녀석이 잘 웃고 잘 놉니다. 가끔은 싸움도 합니다.

고자질도 제법 잘 합니다.

아이들도 장수의 발전에 손뼉을 쳐주고 같이 뛰며 즐겁게 놉니다.

녀석은 요즈음 공부가 참 재미있다고 합니다.



소금 어떻게 할거냐고요?

뇌물이지만 그냥 받을 겁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되돌려줄 수 없거든요

그리고 김장철에 집에 가져가서 김치를 담가야지요.

아마 금년 김장 김치는 아주 맛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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