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석의 바위 위에 불두만을 조각하여 올려놓은 특이한 형태를 갖춘 이 조각상은 얼굴모양의 조각솜씨가 아주 뛰어난 편이다.
불두는 바위의 앞쪽 앞면을 ㄴ자로 다듬어서 그 위로에 약간 비스듬히 올려 놓여져 있으며 바위전체 형태가 삼각형에 가까워 멀리서 보면 좌상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두는 큰 바위 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바위의 앞이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정면을 응시할 수 없어 얼굴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하는데 다소 지장을 준다. 그러나 명상에 잠긴 듯한 거대한 불두는 그 뛰어난 조각솜씨로 보는 사람의 감성을 압도하고 만다.
이 불상은 얼굴 형태가 장방형에 가깝고 눈은 명상에 잠긴 듯하여 얼굴 앞면이 넓어 근엄하고 장중한 면을 풍기고 있다. 머리 위에 넓고 큰 육계¹(너비 60㎝, 높이 33㎝)는 고식을 따르고 있으며 이마는 좁은 편에 속하고 백호²는 없다. 눈은 반쯤 감겨있고, 장흥 보림사 철불처럼 눈두덩이가 유난히 크다고 한다. 코는 알맞게 곧게 내려 왔고 입은 단정히 다물고 있으며 양입가와 중앙 밑부분에 성혈처럼 홈이 파여 있다. 귀의 길이는 95㎝나 되어 아주 길게 목의 중간가지 내려 왔고 약간 평면적으로 조각했다.
이 불두의 정면은 조각이 아주 정교하나 후면은 거의 평면으로 처리하여 불두를 자연석에 올리면서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깎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목 부위의 밑에 폭 30㎝, 깊이 15㎝ 이상의 꼬다리가 부착되어 있어 불두를 보다 안전하게 올려놓으려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 조각상은 선뜻 어느 계열에 속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통일신라 전성기의 불상들과도 비교해 볼 수 있으며 또한 고려 전반기의 복고풍 불상들과도 연관지어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국의 남쪽 지방에 있는 조각상들과도 관련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이 불두가 바로 서해안과 접해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
주) 1. 육계: 부처 32상(相) 중의 하나. 부처의 정수리에 솟은 상투모양의 살덩이
2. 백호 : 부처 32상(相) 중의 하나. 눈썹사이에 난 터럭으로 광명을 무량세계(無量世界)에 비친다 함. 불상에는 진주, 비취 또는 금 등을 박아 표시한다.